골든글로브·그래미 그리고 오스카까지…‘케데헌’ 2029년 속편 향한 날갯짓

연예

골든글로브·그래미 그리고 오스카까지…‘케데헌’ 2029년 속편 향한 날갯짓





[일요신문] 공개 전까지만 해도 이 작품은 ‘기대작’이라기보다는 ‘실험작’에 가까웠다. 넷플릭스가 내놓은 K-팝 소재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 더해 인기 K-팝 걸그룹이 무대 밖에서는 악령과 싸우는 헌터로 활동한다는 설정 자체가 한국 기준으로도 낯설게 받아들여지면서 국내와 해외 팬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 K-콘텐츠 역사에 하나의 분기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가요계에서만 머무르며 다른 영역으로의 진출에 한계를 보여왔던 K-팝이 OTT 플랫폼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영화와 음원 시장을 동시에 아우르며 하나의 콘텐츠 구조로 작동하는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압도적인 파급력을 바탕으로 속편 제작까지 확정되면서 후속 프로젝트를 통해 이어질 전개와 그 성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이 4월 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미국 아카데미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4월 1일 ‘케데헌’을 만든 주역들이 한국을 다시 찾았다. 매기 강 감독과 공동 연출자인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 주인공 루미의 노래 파트를 맡아 메인 OST ‘골든’을 가창한 가수 겸 작곡가 이재를 비롯해 더블랙레이블 소속 프로듀서 곽중규·이유한·남희동(IDO) 등은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미국 아카데미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케데헌’이 쌓아올린 발자취와 오는 2029년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속편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서 ‘케데헌’은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비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가 오스카에서 2관왕을 차지한 것은 ‘케데헌’이 최초이며, 특히 K-팝을 소재로 한 작품이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은 이례적으로 꼽힌다. 이보다 앞서 그래미 어워즈(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 골든글로브(애니메이션상·주제가상) 등 글로벌 시상식에서의 성과와 흥행 지표가 맞물리며 형성된 흐름이 오스카 수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카데미 수상 당시 매기 강 감독은 “이 상을 한국과 전 세계에 있는 한국인들에게 바친다”는 소감을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를 언급하며 “어렸을 때 중국 문화를 담은 ‘뮬란’이나 다양한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며 자랐는데, 한국 문화를 다룬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해서 그런 작품을 (한국에) 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공동 연출을 맡은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시상식 무대 위에서 국악과 판소리 등 ‘한국의 소리’를 전면에 내세운 연출 역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만들어낸 새로운 변화로 언급된다. 작품을 통해 형성된 음악적 흐름이 무대 구성으로까지 이어지면서 K-콘텐츠가 시청 경험을 넘어 공연과 퍼포먼스 영역으로 확장되는 양상도 함께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재도 당시를 회상하며 “리허설 중 한국의 국악과 판소리, 사물놀이가 쓰인다는 것을 알고 많이 울었다. 한국인으로서 감동스럽고 만족스러웠다”라며 “큰 무대에서 한국적인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에 자부심이 컸다. 무대 뒤에서 기다리는 동안 울려 퍼지는 국악을 들으며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된 속편에 대해서 공동 연출을 맡은 두 감독은 모두 ‘신비주의’를 택하는 모습이었다. 매기 강 감독은 “비밀로 하고 싶다. 큰 아이디어는 잡아가는 중이며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1편처럼 크리스 감독과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1편보다 더욱 규모가 크고, 파란만장한 이벤트들이 들어갈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영화 속 ‘케이팝’의 장르 다변화도 속편을 위해 구상되고 있는 지점 중 하나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2025년 8월 한국을 찾았던 매기 강 감독은 속편에서 한국의 여러 가지 음악 스타일을 더 보여주고 싶다며 트롯이나 헤비메탈을 언급한 바 있다. 트롯은 한국의 전통적인 스타일인 만큼 세계에 더 알리고 싶고, 헤비메탈 역시 K-팝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장르라 시도해 보고 싶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은 무엇보다 ‘한국스러움’이라는 큰 기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그는 “한국적인 것이 우리 영화의 영혼이다. 그동안 넷플릭스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고 속편에도 열의를 두고 있다”며 “1편에서 보여줬던 한국다움을 속편에서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 예산 집행에 책임감을 가지고 주어진 게 무엇이건 그 안에서 최고의 볼거리와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메인 OST '골든'을 가창한 가수 겸 작곡가 이재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한국 소재 콘텐츠에 이처럼 연속적으로 힘을 싣는 흐름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전 세계 시청 기록을 갈아치우며 플랫폼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던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시즌 3를 끝으로 마무리된 이후, 후속 킬러 콘텐츠에 대한 공백을 빠르게 메우려는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특히 그 자리를 잇는 작품이 실사 드라마가 아닌 K-팝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은 이례적인 지점으로 꼽히고 있다. 기존 글로벌 흥행 공식과는 다른 형태의 콘텐츠가 동일한 수준의 파급력을 인정받으면서 후속편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업계에서는 ‘케데헌’을 단순한 흥행 사례가 아닌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한 OTT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한국적 요소, 그것도 그동안 무대를 통해 듣거나 보는 체험 위주였던 K-팝을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속편이 예정대로 이어질 경우 단일 작품이 아니라 장기 프랜차이즈 형태로 확장되는지 여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케데헌’은 영상 콘텐츠에서 출발해 OST 등 ‘콘텐츠 내 콘텐츠’로 빌보드를 포함한 해외 음원 차트 톱을 휩쓰는 성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구조 자체는 디즈니 같은 기존 유명 애니메이션에서도 반복돼온 방식이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K-팝이 글로벌 팝 음악과 유사한 방식으로 소비됐다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팬덤 중심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했던 K-팝이 작품을 계기로 보다 대중적인 음악 시장에서도 동일한 기준으로 반응을 얻어냈다는 점이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이 후속작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성과를 가늠할 기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