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을 위한 제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지원 대상에서 빠지거나, 한 번으로 끝나는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현재 지역 단위로 생활비와 의료비, 심리 상담 등의 도움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매달 30만 원에서 40만 원의 현금 지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돌봄비 지원은 9세부터 39세까지의 청소년과 청년 중 소득이 중간 기준의 150% 이하인 경우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지원을 받고 싶어도 여러 가지 조건에 막혀 접근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돌보는 31세 여성의 사례를 보면, 돌봄 부담으로 건강이 나빠져 따로 거주지를 옮겼더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녀는 “함께 살지 않아도 주된 돌봄을 제공하는 건 똑같은데, 조건이 너무 복잡해서 사각지대 속 또 다른 사각지대가 계속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지원을 받더라도 일회성으로 끝나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10대부터 아픈 아버지를 돌봐온 한 직장인은 긴급 생활 자금 등을 받았지만 대부분 한 번으로 그쳤다고 합니다. 공공 지원보다는 민간 기업이나 단체를 통한 도움을 더 많이 받았지만, 모두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끝나버려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돌봄을 처음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기본적인 교육과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17년간 조현병과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돌본 한 대표는 “해외의 돌봄 정보 통합 플랫폼처럼 국내에도 영케어러를 포함한 돌봄자를 위한 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의료진과 소통하는 방법부터 질환 정보, 위기 대처 교육뿐 아니라 청년의 자립 지원 교육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2026년 3월 ‘위기아동청년지원법’을 시행했습니다. 이 법은 가족을 돌보는 청년과 고립된 청년을 찾아내는 체계를 강화하고, 상담과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봄 책임이 여전히 가족 안에 머물러 있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우리나라 돌봄 정책은 가족이 먼저 책임지고, 공공은 이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청년 개인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도 돌봄 부담 자체가 분산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가족을 돌보는 청년의 문제를 특정 집단의 어려움이 아닌 돌봄 체계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 대학 교수는 “이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돌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며 “특정 집단만 따로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 이를 가족이 아닌 사회가 함께 나누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며, “독일처럼 돌봄 제공자의 나이나 관계와 상관없이 지원하고, 돌봐야 하는 부담을 제도적으로 나누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