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사장님의 한숨

경제

치킨집 사장님의 한숨





과거에는 세계적인 축구 대회가 열리면 닭튀김 판매점의 황금기였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경기하는 날이면 한밤중에도 주문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고, 편의점의 맥주 코너는 순식간에 텅 비곤 했습니다.

몇 년 전 중동 지역에서 열린 국제 축구 대회에서는 배달 주문이 폭증하면서 배달 앱이 일시적으로 먹통이 되기도 했습니다. 소상공인들에게 이런 스포츠 행사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북미 지역에서 열리는 축구 대회 개막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거리 분위기는 예전만큼 들뜨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첫 경기를 앞두고도 흥분한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같은 날 예정된 미국 우주 기업의 주식 상장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시간대입니다. 우리나라 팀의 조별 예선 경기는 모두 평일 오전 10시 또는 11시에 열립니다. 퇴근 후 치킨과 맥주를 즐기며 응원하던 과거의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편의점들이 점심 간편 음식 판매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직장인들이 경기를 본 후 찾을 점심 수요를 노린 것입니다.

가게 운영자들의 고민은 더 깊어졌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 닭고기 가격이 문제입니다. 지난해 겨울 조류 독감의 영향으로 공급이 줄어들면서 닭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40% 넘게 올랐습니다. 배달 기사의 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배달 비용 부담까지 겹쳤습니다.

주류 업계도 걱정이 많습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술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의식적 음주 절제’ 문화가 퍼지면서 술을 마시며 응원하는 문화 자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반 한 사람이 한 달에 술에 쓰는 금액은 평균 1만 3천 원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축구 대회 때마다 잘 팔리던 텔레비전 판매도 조용합니다.

특수 효과가 사라진 진짜 이유

이런 변화는 단순히 축구 열기가 식어서만은 아닙니다. 높은 물가, 높은 금리, 변화한 소비 습관이 한꺼번에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월세보다 손님이 사라지는 게 더 무섭다”는 자영업자들의 호소에는 반도체 수출 호황에 가려진 서민들의 실제 체감 경제가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