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업체들이 정부의 새로운 요금 체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핵심 결제 수단인 로밍카드가 사실상 시장 가격의 기준선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정부 요금안의 비용 계산 방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현재 2단계로 운영 중인 충전 요금을 5단계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이달 19일까지 예고하고 있다. 출력 100킬로와트 기준으로 나누던 기존 방식을, 30킬로와트 미만부터 200킬로와트 이상까지 총 다섯 구간으로 나눈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4년 전 만들어진 요금 구조를 현실에 맞게 고친 것이며, 통신비와 유지관리비 등 실제 운영 비용을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업계는 비용 산출 기준이 너무 이상적이라고 반박한다.
문제의 핵심은 로밍 플랫폼의 기준 가격이 민간 요금의 상한선처럼 작용한다는 점이다. 로밍 카드가 전국 충전기의 90% 이상에서 사용 가능해 주요 결제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공공 요금이 곧 시장 전체의 가격 기준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이용자 대부분이 집에서 쓰는 느린 충전 방식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번 개편안 중 30킬로와트 미만 요금이 가장 중요하다”며 “개편된 요금제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로밍 카드의 킬로와트시당 294.3원을 시장 기준 가격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논란은 요금 계산 방식에 있다.
환경부는 전기 요금과 인건비 등을 합친 비용을, 충전기 이용률과 사용 기간으로 나눠 가격을 정했다. 충전기 한 대의 연간 이용률을 15%, 사용 가능 기간을 8년으로 보고 킬로와트시당 요금을 산출한 것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이용률과 사용 기간은 현실과 너무 차이가 크다. 실제로는 이용률 7.5%, 사용 기간 5년 수준”이라며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횟수가 정부 예상치의 절반도 안 되기 때문에, 결국 너무 낮은 요금이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오랜 불황으로 충전기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 약 50만 대 충전기 중 48만 개를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데, 비용을 회수할 수 없는 가격이 계속되면 사업자들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이 충전 사업에서 잇따라 손을 떼고 있다. 에스케이와 신세계는 충전 사업부를 지에스에 넘겼고, 한화도 다른 업체에 사업을 매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상위 9개 업체 중 7곳이 2년 연속 손실을 보고 있으며, 이익을 내는 곳도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그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민간 기업들이 충전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공공의 역할도 담당해왔는데, 정부가 일방적인 가격 정책을 고집한다면 결국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